쉐보레 말리부 1.35터보를 9일 만났다. 배기량은 작지만 알찬 내구성을 증명하는 차였다.

서울을 출발해 파주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130km 구간에서 시승했다. 말리부의 날렵한 쿠페형 디자인을 유지했지만 얼굴을 살짝 성형했다. 날렵하게 생긴 녀석은 싸움꾼이었다.

실내도 쉐보레를 대표하는 간판 차종임을 각인시키듯,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쉐보레에서 자체 개발한 센터페시아의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가 쉽게 검색이 가능하고, 센터페시아의 버튼은 운전자가 사용하기 쉽게 옹기종기 모여 편리함을 줬다.

말리부는 길이 4,935mm로 4,930mm의 그랜저와 동급을 이루는 중대형 세단이다. 덩치는 크지만 스티어링 휠은 경쾌하게 돌아갔다.

GM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 선보인 1.35리터 터보엔진은 경량 알루미늄 소재를 기반으로 한 중량감소와 초정밀 가변밸브 타이밍 기술로 불필요한 연료낭비를 줄였다. 배기량이 작아서인지 정차 후 다시 출발할 때의 엔진 소음은 많이 거슬린다.

도심을 벗어나자마자 속도를 높였다. 1.35 터보엔진과 무단변속기의 조합은 환상의 짝궁이었다.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f.m의 엔진은 고속에서 힘을 쓸 줄 알았다.

계기판의 속도계를 보면 깜짝 놀란다. 고속에서 풍절음을 피할 수는 없다. 그래도 비바람이 심한 날, 집 안에서 들리는 잔잔한 바람소리와도 같다. 저속에서 귀를 거슬리게 하던 엔진음도 고속에서는 잔잔한 재즈음악처럼 귓가를 간지럽힌다.

5m에 육박하는 큰 키에 1.35리터라는 작은 심장을 가진 녀석이지만 그렇게 달리고도 엔진음을 들으면, 자양강장제 음료의 광고처럼 “한 번 더 또 달릴까?”하는 엔진음을 내뿜는다.

고속주행에서도 245/40R 19 컨티넨탈 타이어는 노면의 소음과 진동을 잡아내고, 차와 노면이 일치된 편안함을 준다. 요즘 국산차에도 고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수입산 타이어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수입산 타이어를 장착한 만큼 소비자의 부담도 같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말리부 1.35 터보는 복합연비 14.2km/L의 2등급 연비를 받았다. 구형 1.5터보 모델의 12.7km/L의 연비보다 10%이상 향상됐다. 또한, 말리부 1.35터보는 3종 저공해 차 인증을 획득했다. 배기량이 적어 2.0리터 중형차 대비 자동차세가 저렴하다. 또한, 공영주차장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승을 마치고 서울로 다시 돌아왔을 때, 최종 연비는 15.1km/L로 나타났다. 공인 인증 받은 연비보다 높은 수치가 나왔다. 돌아오는 길 고속 주행에서 순간 연비 16.7km/L까지 올랐지만 도심구간의 꽉 막히는 교통체증으로 곤두박질 쳤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연비를 실현했다.

시승차는 말리부 1.35터보 프리미어 2,845만원+파노라마 선루프 94만원+LED헤드램프 54만원+시티 세이프팩 2 123만원+19인치 메탈릭 알로이 휠 55만원으로 시승차의 총 가격은 3,171만원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