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가 6년 만에 풀체인지된 3세대 CLS를 출시했다.

CLS는 2003년에 처음 등장했다. 4도어 쿠페의 첫 등장이었다. 쿠페는 당연히 문짝 두 개라는 상식을 깨고 모습을 드러낸 4도어 쿠페였다. 쿠페는 2도어여야 한다며 4도어 쿠페를 삐딱하게 보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쿠페와 도어 숫자는 크게 상관없는 관계가 됐다.

3세대 CLS는 5인승으로 거듭났다. 둘이 타던 뒷좌석을 3인용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게 했다. 굳이 5명을 다 태우고 다닐 필요는 없겠으나, 아쉬울 때 한 명이라도 더 태울 수 있다는 건 괜찮은 일이다.

5m에 육박하는 큰 몸에 쿠페의 늘씬함을 담았다. 미끈하게 빠진 몸매 덕에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길이 너비 높이가 4,988, 1,890, 1,430mm로 만만치 않은 크기를 가졌다. 길고 넓고 낮은 체형이라 달리기에도 최적화됐다. 여유 있는 공간과 안정된 자세를 갖는 체형.

앞으로 기울어진 보닛 끝에 상어 코를 닮은 그릴과 헤드램프가 날을 세우고 있다.
시승차는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로 340마력의 힘을 내는 CLS 400d 4매틱이다. 다이아몬드 형상을 한 크롬 핀과 윙으로 구성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단순해서 강해 보인다. 직선으로 각을 세운 헤드램프도 날카롭게 다가온다. 예리하고 날 선, 말 그대로 엣지 있는 디자인이다.

긴 보닛을 지나 쿠페 라인을 그리는 지붕과 이어지는 트렁크 리드는 C 필러와 구분 없이 짧게 떨어진다. 프레임 없는 도어는 예쁜 디자인을 생명으로 여기는 쿠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식. 예쁜 차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도어를 열면 날 선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위험해 보인다. 미녀의 날카로운 손톱이랄까, 보기는 좋은데 주변엔 위험하다.

움직임은 가볍다. 340마력, 71.4kgm의 힘이 공차중량 2,010kg인 차체를 가볍게 끌고 나간다. 출발 후 5.0초 만에 시속 100km를 주파한다고 벤츠는 밝히고 있다. 마력당 무게비는 5.9kg.

에어서스펜션 방식의 에어바디 컨트롤 시스템은 차체 높이는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낮출수도 있고, 높일 수도 있다.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조절해 주기도 한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거칠지 않게 과속방지턱을 지나고, 거친 노면도 아무렇지 않은 듯 밟고 지난다.

도어에 프레임이 없고, 이중접합 유리도 아니다. 노면 잡소리가 잔잔하게 실내로 들어오는 이유다. 최고 수준의 정숙성은 아니다. 움직임에 따라 잡음이 섞여 들어오는 정도.

터치스크린은 안된다. 커맨드 컨트롤로 조작해야 한다. 터치 스크린이 안전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벤츠의 주장이다.

드라이브 어시스턴트 패키지 플러스는 그 이름이 말해주듯 완성도를 한층 더 높였다. 버튼 한 번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두 번 세 번 버튼을 찾아 누르지 않아도 된다. 차로 중앙을 잘 유지할 뿐 아니라 와인딩 도로에서도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차선 이탈 없이 잘 달렸다. 간간이 뜨는 핸들을 쥐라는 경고만 없다면 자율운전이라고 해도 좋을 수준이다. 운전자의 실수를 보완해주는 똑똑한 조수 역할을 충분히 한다.

놀라운 건 균형감이다. 거칠게 움직여도 흔들림이 적다. 특히 고속주행에서 탁월한 안정감은 놀라운 수준. 실제 속도와 체감 속도 간 괴리가 크다. 높은 안정감을 바탕으로 조금 더 높은 속도를 끌어낼 수 있었다. 도로의 끝을 향해 빨려 들어가듯 달리면서도 차체는 놀랍도록 안정적이었다.

4매틱에 더해 엔진룸에 배치된 직렬 6기통 엔진이 균형추 구실을 하는 덕이다. 사륜구동이 앞뒤 차축으로 전해지는 힘과 무게 균형을 잡아준다면, 6기통 직렬 엔진은 좌우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게 균형을 잡아준다. 직렬 6기통 엔진의 또 다른 매력이다.

시속 100km에서 1,200rpm을 밑돈다. 9단 변속기가 조율해내는 엄청난 안정감이다. 수동 변속을 통해 rpm을 높게 쓰면 같은 속도에서 4,200rpm까지 치솟는다. 9단 변속기를 통해 그만큼 폭넓게 엔진을 쓸 수 있다.

실시간으로 차의 여러 데이터를 볼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커멘드 시스템을 통해 차의 출력과 토크, G 포스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차의 높이, 가속과 제동력의 변화도 알 수 있다. 이 차를 운전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거침없이 달리지만, 가볍지 않다. 적당한 무게감이 있고, 엔진 사운드도 막무가내로 내지르는 소리가 아니다. 잘 조율된 사운드가 고급스럽게 들린다. 조용하고 안정적인데 매우 빠르다. 정장 차림으로 전력 질주하는 느낌이랄까. ‘벤츠의 품격’을 느끼는 순간이다. 고성능이지만 품격이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다.

공인 복합연비는 12.5km/L. 파주-서울 간 55km 구간을 에코모드로 달린 연비는 19.2km/L다.

CLS 400d 4매틱이 9,850만 원, CLS 400d 4매틱 AMG라인은 1억 750만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예각은 아름답지만 위험하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면 각진 차창과 도어가 드러난다. 문을 열 때 누군가 부딪히면 크게 다칠 수 있다. 실내에도 예각은 있다. 모니터 상단에도 날카로운 각이 잡혀 있다. 안전에 도움이 안 되는 디자인들이다.
트렁크에는 맨 철판이 드러나 있다. 트렁크를 열고 짐을 넣을 때 드러나는 맨 철판을 보며 소비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최고급 브랜드 벤츠인데, 1억을 호가하는 차인데, 철판을 가리는데 얼마나 더 든다고, 얼마나 더 무거워진다고, 그걸 아끼나.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