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나온 K3가 11월에 GT를 추가했다. 연초는 물론 연말까지 바삐 달리는 차가 됐다. 한 해가 저무는 시기에 다시 기아차의 라인업에 추가된 K3 GT를 만났다. 기자단 단체 시승은 늘 빠듯하고 바쁘게 지난다. 자유로와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달리는 약 80여km를 달렸다.

해치백 스타일의 5도어 GT는 예쁘다. 크롬 재질의 라디에이터 그릴 뒤로 살짝 비치는 빨강이 섹시하다. 인테리어의 빨간 스티치는 밋밋한 실내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X자 형상이 보이는 LED 헤드램프는 도발적이면서 살짝 장난기 섞인 분위기도 낸다. 잔뜩 힘을 줘 겁을 주다가 피식 웃으며 장난으로 마무리하는 넉넉한 모습. 뒷모습은 강하다. 듀얼 머플러와 범퍼 아래의 디퓨저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해치백이지만, 옆모습은 왜건처럼 보이기도 한다.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주는 존재는 매우 소중하다. 시트가 그런 몫을 한다. 가속, 코너링, 제동 등 흔들리는 차 위에 올라타 차와 함께 흔들리기 십상인 운전자의 몸을 튜블러 시트가 지지해 준다. 허리와 허벅지를 받쳐줘 차와의 일체감을 한껏 살려준다.

1.6 가솔린 엔진에 터보, 7단 DCT를 물려 무려 204마력의 힘을 뽑아낸다. 대단한 효율이다. 이 작은 배기량으로 200마력을 넘기다니. 다운사이징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부분은 내구성이다. 작은 배기량으로 큰 힘을 뽑아 쓰면서 오래도록 그 성능을 유지한다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적어도 2~3년쯤 후에 살펴볼 일이다.

이 엔진의 재미를 더하는 건 전자식 사운드 제너레이터다. 엔진이 숨을 쉬며 토해내는 소리가 아주 자극적이다. 7단 DCT는 들숨과 날숨을 한꺼번에 해치우며 숨 가쁜 변속을 이어간다. D 레인지에 있는 변속레버를 살짝 옆으로 밀어 수동변속으로 옮기면 사운드제너레이터가 바로 작동한다. 실제 엔진 사운드보다 훨씬 힘차고 다이내믹한 소리를 ‘만들어서 들려주는 것’. 그 소리가 듣고 싶어 자꾸 수동변속을 택하게 된다. 이 차의 가장 매력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스티어링 휠은 2.3회전 한다. 무척 타이트한 편이다. 게다가 살짝 아랫부분을 깎아낸 D 컷 스티어링 휠이다. 한 칼 하는 성격임을 아는 이들에게만 살짝 드러내고 있는 것.

자글거리는 소리는 받아들일 만하다. 준중형 세단에서 어느 정도의 기대수준을 가져야 하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부분이다. 최고급 세단 수준의 정숙성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소음은 뒷좌석에서 조금 더 크게 다가온다.

뒷좌석은 패키징을 잘 했다. 무릎 앞, 머리 위 공간이 제법 남는다. 길이 4,510mm로 4도어 모델보다 조금 더 작은 사이즈지만 공간은 좁지 않다.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 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다. 섬머 타이어다. 225/40R18 사이즈다. 노면을 폭넓게 마주하며 그립을 유지한다. 타이어와 호흡을 맞추는 서스펜션은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 멀티링크다.

시속 100km에서 분당 엔진회전수는 2,000을 조금 넘어선다. 2,000을 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다단변속기에선 1,500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고 아무리 rpm이 높아도 2,000을 넘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1.591cc라는 작은 배기량, 7단 DCT 등이 회전수를 조금 높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드라이브 와이즈는 야무지게 도로 상황을 파악하며 달린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동시에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오차 없이 유지한다. 차간거리가 가까워지면 속도를 줄여나가는데 마지막 순간 정지하기 직전에 액티브 크루즈컨트롤을 해제한다. 이 정도면 유용하게 사용할만하다.

스티어링 휠에 이런저런 버튼들을 누르고 조작하느라 두어 차례 방향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을 넘나들었다. 갑자기 유보가 작동하며 콜센터로 전화는 거는 게 아닌가. 뭔가를 잘못 눌렀나 하고 서둘러 전화를 껐다. 알고 보니,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거나, 운전에 집중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운전자의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콜센터에 전화 연결을 시도한 것. 상냥한 직원의 목소리가 나오겠으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정신 차리고 똑바로 운전”하라는 것일 테니, 이제 자칫하면 잔소리도 자동으로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만큼 차가 똑똑해졌다. FM, 목적지 안내, 블루투스, USB 등등의 음성 명령을 오차 없이 다 알아듣고 처리한다. 집안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해 홈투카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다. 고성능인 줄만 알았더니, 똑똑하기까지 하다.

계기판을 통해 살펴보니 시승하는 동안 연비는 언급하기 미안할 정도로 좋지 않게 나왔다. 스포츠 모드, 수동변속, 고속주행, 급출발, 급제동 등 시승환경은 늘 경제 운전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에코모드로 차분히 움직인다면 이 차의 공인 복합연비 11.9km/L를 넘기기는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고 본다.

시승모델은 5도어 GT 플러스 트림이다. 판매가격은 2,464만 원. 여기에 선루프 (44만 원), 시트팩(49만 원), 드라이브 와이즈와 후측방 충돌경고에 후방 교차충돌 경고 시스템(74만 원), 스마트 내비게이션과 크렐오디오(142만 원) 미쉐린 썸머타이어(25만원)를 더하면 2,796만원이 된다. 그래도 선택할 게 남아 있다. 튜온 퍼포먼스 패키지1과 2. 빌스타인 쇼크업소버, 강화 스프링, 스태빌라이저바, 강화부시 컨트롤 암 등을 묶은 패키지 1은 172만원. aFe 흡기시스템, 18인치 앞바퀴 브레이크 디스크, 레드 브레이크 캘리퍼(앞) 로우 스틸 브레이크 패드를 묶은 패키지 2는 93만원이다. 풀옵션에 튜온 패키지를 모두 택하면 3,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비싸다고? 5도어 GT 베이직 트림은 2,240만 원이면 살 수 있다. 더 좋은 건, 4도어 기본형이다. 6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기본 트림을 1,993만 원에 만날 수 있다. 204마력의 고성능을 수동변속기로 다루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선택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차가 튄다. 시속 100km 미만 속도에서 도로 상태가 그닥 좋지 않은 구간을 만나면 통통 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아예 속도를 높여 고속으로 달리면 노면의 충격을 무시하듯 안정감 있게 달린다.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에서 규칙적인 굴곡, 혹은 불규칙한 충격에 노출될 때 차의 거동은 썩 유쾌하지 않다. 서스펜션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전에 0도 가까이 떨어진 기온에 스포츠 타입의 섬머 타이어도 그리 좋은 매치는 아니었으리라 생각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