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레인지로버 벨라를 시승했다. 서울 중구 랜드로버 본사에서 출발해 경기도 파주 황희정승 묘역을 왕복하는 120km구간이다.

주차장에 세워진 벨라를 만났다. 기존의 레인지로버가 주는 크고 웅장함 보다는 크로스 오버형태의 날쌘 돌이 이미지가 풍긴다. 기존 레인지로버가 중후하다면 벨라는 젊은 오빠 이미지가 강하다.
 

뒤로갈수록 쳐지는 루프라인이 조금 어색하다. 앞모습은 신사, 뒷모습은 동네 착한 오빠의 느낌이다. 운전석에 앉았다. 역시나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재규어랜드로버의 상징과도 같은 조그셔틀 변속레버다. 기존의 변속레버는 칼럼 시프트, 조그셔틀, 버튼으로 다양화됐다. 변속레버의 진화는 어디까지 될지 궁금해졌다.

실내의 중심은 새로운 터치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센터페시아에는 10.2인치 고화질 터치스크린 2개가 통합되어 터치프로 듀오 시스템을 완성시켰다. 스크린 터치는 에러없이 완벽하게 잘 작동했다.

하지만, 랜드로버의 내비게이션은 아직 한국형에 맞게 제대로 시스템이 적응되지 않아 목적지는 검색에 나오지 않았다. 수입산 자동차 회사들의 고질적인 문제. 결국 스마트폰 내비게아션 앱을 작동하고 달렸다.

실내의 시트와 도어, 핸들, 센터페시아는 베이지색 가죽으로 영국 자동차만의 클래식향을 풍겼다. 마치 영국식 양복점에서 양복을 맞추는 느낌이다.

시동을 켜고 달리기 시작했다. 실내로 디젤 엔진소리가 오케스트라 같은 엔진음을 내뿜으며 귓가에 파고든다.

도심을 지나 자유로로 진입했다. 하체는 단단하게 조율됐다. 레인지로버 벨라의 전륜 서스펜션은 더블 위시본, 후륜은 인테그릴 링크 에어 서스펜션으로 앞뒤 모두 에어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71.4kgf.m의 V6 3.0리터 터보 디젤엔진은 날렵한 가속감을 뽐냈다. 깜짝 놀랄만한 속도에도 rpm은 2,000 중반을 나타냈으며, 시속 100~120km에는 1,500rpm을 나타냈다. 조그셔틀 8단 자동변속기도 변속 충격 없이 부드러운 변속을 자랑했다.

고속에서는 풍절음이 다소 강했다. 날렵한 가속감을 뽐내니 마치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달리는 기분이었다.

전륜과 후륜의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브레이크는 고속에서도 부담없는 제동을 선보인다. 감속이 부드럽다. 레인지로버 벨라에는 다양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기본 탑재되어 있거나 옵션으로 제공된다. 자동 비상제동, 차선이탈 고 시스템,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 후방차량 감지기능 등이 있다.

커브길에 나도 모르게 차선을 벗어나면 차선유지 보조시스템이 스티어링 휠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차 밀리는 도심, 한 눈을 팔다 앞 차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동 비상제동이 경보음을 울려 군대시절 기상나팔 알람소리처럼 정신을 집중시킨다.

시승을 마치고 출발점으로 되돌아왔을 때, 계기판이 알려주는 실제 연비는 10.98km/L였다. 공인 복합연비 12.8km/L와 2km/L 간의 오차가 있었다. 급가속과 급감속을 반복했고, 도심에서 교통체증 때문에 제대로 된 연비는 기대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상황에 비해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시승차인 레인지로버 벨라 D300 R-Dynamic HSE의 가격은 1억 2,620만 원이다. 1억 원이 넘는 차인데도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없었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