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은 기아차의 플래그십, 그러니까 기아차의 모든 기술을 집어넣어 만든 차다. 기아차의 얼굴인 셈이다. 기아차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세단이다. 3.3 터 보, 3.8, 5.0 엔진으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3.8이 엔트리 모델이고 3.3 터 보가 그 윗급이다. 3.3 터보 AWD 트림을 시승했다.

단순히 모든 기술을 모아놓았다고 최고급이 되는 건 아니다. 감성을 어루만지는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촉감, 질감 등 오감을 만족시킬 줄 알아야 하는 것.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실내는 고급스럽다. 나무와 금속, 가죽 소재를 사용하는 고급 인테리어 공식을 잘 따르고 있다. 대시보드는 견고한 ‘한일자’ 라인을 그리고 있다. 12.3인치 내비게이션은 센터페이셔에 돌출되어 있다. 유보 3.0과 연동되는 모니터는 다양한 커넥티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스피커 17개로 구성된 렉시콘 오디오시스템은 질감이 있고 풍부한 소리를 들려준다. 속삭이는 낮은음에서 스피커가 찢어질 것 같은 고음까지 실내를 꽉 채우는 소리다. 제대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겠다.

K9은 뒷좌석이 오너의 자리인 쇼퍼 드리븐카다. 그렇다고 오너 드리븐 카의 면모를 무시할 수 없다. K9은 이 두가지 면모를 두루 갖춘 고급 세단이다. 스위스 명품시계 ‘모리스 라크로와’와 협업을 통해 아날로그 시계를 만들어 넣었다. 실내 무드 조명인 앰비언트 라이트는 팬톤 색채연구소와 협업해 만들었다. 유명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K9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것.

아주 럭셔리한 공간이다. 고급스런 무니목, 도어패널의 스티치, 가죽시트, 군데군데 사용된 고급스러운 금속 장식 등. 고급 소재를 적재적소에 사용한 인테리어다. 최고급 가죽을 사용한 시트는 아주 편안하다.

뒷좌석 센터터널은 손바닥 높이 이상 솟아올랐다. 넓은 뒷공간의 효용성이 센터 터널 때문에 줄어들고 있다. 어쨌든 뒷좌석 가운데 자리는 불편하겠다.

랙에 구동모터를 장착한 R-MDPS 방식의 스티어링 휠은 2.3회전 한다. 덩치에 비해 매우 타이트한 조향비다.

계기판은 몇 개의 테마로 구성했다. 취향에 맞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재미있는 건 방향지시등을 작동시켰을 때다. 카메라와 연동해 후측방의 모습을 계기판에 띄워준다. 실시간 영상을 보여주는 것. 거울을 통해 보는 것과는 달리 사각지대가 거의 없어 편하다.

음성지원 서비스는 카카오 아이를 적용해 좀 더 똑똑하고 편해졌다. 전화 걸기, 라디오 주파수는 물론 내비게이션 목적지까지 음성명령으로 조작할 수 있다.

손에 꽉 차게 잡히는 변속레버는 자동 8단 변속기를 조작한다. 자갈길을 무심히 밟고 지난다. 깨끗한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는 필요할 때 필요한 내용들을 띄워준다. 언뜻 보면 몇 개 안 되는 내용들이 간단히 표기되는 것 같은데, 주행과정 동안 내내 지켜보면 아주 많은 정보들이 HUD에 올라온다.

스포츠모드를 택하면 엔진소리 부터 달라진다. 으르렁거리는 엔진 사운드가 박력 넘치게 터진다. 차체 반응도 빨라진다. 단단하지만 거칠지 않다. 거친 맨주먹에 글러브를 끼워 부드러운 타격감을 만들어낸 느낌이다. 과속 방지턱을 넘는 느낌이 그랬고 고속주행 구간에서 차체가 노면을 장악하는 느낌이 그랬다. 서스펜션이 충격의 상당 부분을 잘 걸러준다.

최고출력 370마력. 언제든지 뿜어져 나오는 이 큰 힘을 불러내는 건 가속페달의 킥다운 버튼이다. 꾹 밟으면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대단한 가속감을 만나게 된다. 엔진 사운드도 거칠거나 직설적이지 않고 정제됐다. 잘 정제된 소리는 진짜 힘을 느끼게 해준다.

스마트 모드를 택하면 주행상태에 따라 차가 알아서 스포츠, 에코, 컴포트 등으로 주행모드를 정한다.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조절한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500도 안 된다. 같은 속도에서 3단 4,200rpm까지 낮출 수 있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차분한 반응에서 매우 거친 반응까지 운전자의 취향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

반자율 운전 시스템은 한층 더 진보한 모습으로 탑재됐다. 차로이탈방지어시스트(LKA)는 차로유지보조(LFA)로 발전했고,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시스템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으로 개선됐다. 비슷한듯 다른, 점 더 진보한 개념이다. 차간 거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차로를 읽으며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달린다. 차선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자율 운전 기술이 선두그룹 수준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차에 운전을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아직 그래선 안 된다.

무심코 차창을 열고 달리다 터널에 들어서면 차창이 자동으로 닫힌다. 코너에서는 차가 알아서 속도를 줄이기도 한다. 내비게이션의 지도정보와 연동해 필요한 조치를 스스로 취하는 것. 기술이 점차 똑똑해지고 있다.

고속주행 안정감은 매우 탁월한 수준이다. 체감속도와 실제 속도 차이가 크다. 계기판이 알려주는 속도는 아주 빠른데 몸이 느끼는 속도는 그에 못 미친다. 4륜구동 시스템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

가성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K9 3.3은 6650만 원-8230만 원이다. 이 가격에 370마력의 고급 세단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 수입차는 물론 제네시스와 비교해도 K9이 가성비는 돋보인다. 기아차는 K9이 수입차 대항마이기를 원하겠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제네시스와 비교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기아차의 대형차 라인업이 촘촘해지고 있어 어느 정도의 간섭은 감수해야 한다.

가성비 좋다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더구나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라면 더욱 그렇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디자인이 어색하다. 뭉툭한 덩어리 느낌의 리어 램프는 세련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다. 덩어리를 붙들고 어쩔줄 몰라하며 낑낑대다 만든 느낌이다.
센터페시아의 12.3인치 모니터는 돌출형. 보기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안전에 비춰보면 바람직하지 않다. 같은 이유로 대시보드에 칼날 같은 예각이 드러난 점도 거슬린다. 디자인이 안전에 우선할 수는 없다. 모니터는 매립형이어야 하고 날카로운 예각은 부드럽게 다듬어져야 한다. 의욕이 넘쳐 화를 부른 디자인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