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전기차의 시대다. 제주의 얘기다. 제주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 SM3 Z.E. 아이오닉 일렉트릭, i3, 리프 등 전기차들이 수시로 스쳐 지났다. 제주도는 ‘2030 카본 프리 아일랜드’를 꿈꾸고 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이 없는 섬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2014년 본격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시작됐고, 이제 제주도에는 전기차만 1만 대를 넘기고 있다. 수년째 해마다 2배 성장을 이어가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중 250여 대가 전기 택시다. SM3에 이어 최근에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전기 택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기차의 원년, 2014년부터 르노삼성차의 SM3 Z.E. 택시를 몰며 미래를 향해 달리는 택시 운전사 김창호 씨를 만났다. 1947년생으로 올해 72세인 노익장 드라이버다. 제일 먼저 시작한 4대의 전기 택시 중 한 대가 그의 차다.

그는 원래 트럭 운전사였다. 그의 아버지가 운전을 했고, 어렸을 때부터 어깨너머로 차를 배운 그와 그의 4형제도 모두 자연스럽게 운전을 하게 됐다.

“전기차를 처음 시작할 때 ‘바람으로 가는 차’라고 했다. 처음 열리는 전기차 엑스포를 찾아보고 전기차의 선도주자가 돼보자고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전기차를 계약했다. 이후 한 번 더 SM3 Z.E.를 주문해 타고 있다”

전기차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그는 말을 끊기가 어려울 만큼 많은 말을 이어갔다. 전기차 전도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오랜 시간 전기차를 운행하면서 생각해왔던 것들을 아낌없이 풀어놓았다.

무엇보다 그는 만족하고 있었다.
“전기 택시의 연료비는 경유의 5분의 1, LPG의 3분의 1 수준이다. 연료비도 연료비지만 냄새가 안 난다. 택시 냄새가 있다. LPG가 제대로 연소하지 않아서 생기는 냄새다. 오래된 차에서 더 많이 나는데, 전기차에는 이 냄새가 없다.”

그는 하루에 3번 충전한다. 연료 잔량이 60~70% 정도 내려올 때 30분 전후로 충전하기를 세 차례 반복하는 것. 그리고 밤중에 심야 전력을 이용해 또 한 차례 충전한다.

제원표상 1회 충전 후 주행가능거리는 135km지만 그는 190km까지 달려봤다고 강조했다. 가능한 일이다. 너무 춥거나 덥지 않다면, 최대한 경제 운전 통해 더 멀리 주행할 수 있다. 물론 이를 믿고 무리해선 안 될 일이다.

“일단 높은 곳에 올라서면,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난다”라는 게 그의 경험. 그의 경험이 말하는 수치는 이렇다. “1,100고지에서 제주시까지 35~40km, 제주대학 병원에서 해안가까지 7km, 경마장에서 시내까지 7km”

그만큼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중산간 지대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해안가로 내려가는 길에서는 전기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전기를 생산하며 달리는 것을 말한다. 움직이는 발전소임을 증명하는 것.

“트렁크가 좁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골프백 2개가 들어간다. 특수도장한 SM3는 부식에도 강해 브레이크 패드와 타이어만 교환하면 따로 손볼 일이 없다. SM3 Z.E.는 최고의 택시”라는 칭찬도 잊지 않았다.

충전기와 관련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 “처음 전기차를 시작할 때 충전기에 변압기가 없어 차가 고장 나는 경우가 많았다. 전기 품질이 일정치 않아 충전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 대부분 충전기에 변압기가 설치됐지만, 아직도 초기 설치된 급속충전기에는 변압기가 없어 AC 방식으로는 충전할 수 없다”

그래도 초창기 49개로 시작한 제주도의 급속충전기는 이제 157개로 확장돼 불편 없이 전기차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가 알려주는 충전 팁은 “마무리”였다.
“충전 마무리가 중요하다. 충전 다 됐다고 막무가내로 선을 뽑아버리면 10~15분 정도 먹통이 되면서 고장의 원인이 된다. 충전 완료 표시가 뜨고 나서 확인 버튼을 누른 뒤 4초 정도 기다린 뒤 충전선을 뽑아야 한다. 차와 충전기간 통신이 마무리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기차는 택시로 운용할 때 훨씬 더 유용하다는 주장이 있다. 세금으로 지원하는 구매 보조금 때문이다. 개인 승용차로 사용하면 개인, 많아야 한 가족이 그 혜택을 보지만, 택시인 경우 승객들이 전기차를 경험하게 돼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얘기다.

제주 =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