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소식들 대부분은 직전에 벌어진 어떤 사건, 이벤트(Event)에 의해 생성된다. 물론 그 이벤트는 과거 이벤트들이 이렇게 저렇게 조합되어 발생한 것이겠고.

잠시 후 최초 ‘소식’은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동시에 그 소식에 의미해석을 부가되는 개념인 ‘정보’도 사라진다. 그리하여 날짜가 정해진 팩트 즉, 과거의 사건 이벤트만 남을 뿐이다. 한편으로 모든 이벤트들의 속성은 가역적이고 복합적인 연쇄반응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자동차 시장의 이벤트는 자동차 시장이 아닌 곳에서 촉발되기도 한다.

그나저나 그 이벤트 안에는 무심결에 놓치기 쉽상인, 그러나 분명한 변화를 암시하는 아주 작은 단서들이 담겨 있다. 이점에 착안하여 이하, 2018년 이후를 달리하게 될 이벤트들을 다시 꺼내 정리한다.

■ 2017년 2월, “2019년 이후 결함이 있는 신차 교환 및 환불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다.”

2년 후를 예정한 한국형 레몬(Lemon)법의 시행. 국토교통부가 ‘제2차 자동차정책 기본계획’(2017∼2021년)을 수립했다는 보도가 있다. 장기적으로 제조자 책임과 소비자의 관리책임 사이의 불평등성이 해소될 수 있는 기점이 될 이벤트. 당장은 그럴 의사가 있다는 선언 수준이라는 제약이 있으나 어쨋든 정부정책은 자의든 타의든 공평함을 추구하고 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된다.

■ 2017년 3월, 삼성전자가 Harman 주식 100%를 취득했다.

아무래도 종합적 능력평가에서 구글에 밀린다 싶었던 하드웨어 전문제조자 삼성전자가 하만을 도구로 삼아 미래 자동차시장에 진출했다. 이것은 ‘전장부품’ 그리고 이후의 ‘자율주행자동차’를 키워드로 미래 전쟁에 대비하고 있음이다. 2008년, Apple이 모바일 시장을 활짝 열었듯 얼마 후에는 AI 탑재 자율주행 자동차가 애플 아이폰을 능가하는 변화와 혁신을 유도하게 될 것이며 그 필연의 과정을 전제로 훗날 삼성전자가 현대자동차를 능가하는 자동차 제작사가 될 토대가 생겼다.

■ 2017년 5월, “시민들의 촛불 시위의 결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2017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벤트였다. 시민 자율의식의 향상과 맞물린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 그 과정을 자동차 시장에 투영할 때 오랜 동안 지속되어 왔던 제조자 우선의 거래관행, 정보독점 등 폐해가 일부라도 체감할 수 있을 만큼 해소될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서슬이 퍼런 공정거래위원회의 활동에, 아파트 선분양제 폐지론과 같이 180도 다른 관점들의 등장에… 시민 우선과 같은 소비자 우선주의가 증폭되고 있는 시점이다.

■ 2017년 7월, “유럽 Volvo 자동차가 2019년 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를 일체 만들지않겠다고 선언했다.”

Euro-6가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이슈와 논란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만큼 ‘친환경’을 핵심 키워드로 하는 유럽시장의 힘과 태도변화는 장단기 글로벌 트랜드의 변화를 유도한다. 이후 연쇄작용에 의해 유럽향 자동차들의 정의와 속성이 바뀌면 대한민국의 사회, 경제체제도 바뀌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에서 살아남으려면 망치를 쓰는 제작자, 망치를 쓰는 서비스제공자들은 많이 버리고 많이 달라져야 한다.

■ 2017년 7월, “이제는 ‘트위지’가 거리를 달릴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 등을 통해 ‘초소형 전기차’ 도로주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7월 1일부로 시행하였다. 11월에는, 트위지의 뒤를 잇는 대창모터스의 ‘다니고’가 TiMON을 통해 온라인 판매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이런 점진적 변화에 의해 예를 들어 수 년 내, 배달차량들이나 근거리 이동용 공용차량들은 초소형전기차로 대체될 것이다. 그것도 눈에 띌 만큼.

■ 2017년 8월, “THAAD 때문에 현대자동차 중국공장의 가동이 중단되었다.”

“핑계없는 무덤 없다.” 그런 이슈가 생기기 전 이미 실적이 하락추세였고 중국 협력사와의 분쟁구도에 놓여 있었다. 즉, 사드가 일부 영향을 주었겠지만 전적으로 사드 때문인 것이 아니다. 근본은 나태함에, 경쟁사들의 공세에서 밀린 것. ‘짝퉁 만들기’ 단계를 벗어나고 있는 중국산 모델들의 약진에 의해서라도 더 이상 중국은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다. 정말 알고 있는 것일까?

■ 2017년 9월, “날개없는 선풍기를 만든 영국 Dyson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0년 판매 목표. 전기차는 부품 수가 작고 공용화 솔루션들이 많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뛰어들기 용이하고 상대적인 사업 리스크도 작은 편이다. 앞으로는 국내, 해외에서 훨씬 더 많은 전기자동차 생산업체들이 등장하게 될 것. 그리하면 눈 앞의 작은 전기차를 자동차로 볼 것이냐 아니면 청소기와 같은 상품으로 볼 것이냐? 아리송한 때가 올 수도 있겠다.

■ 2017년 10월, “한국GM 내수 판매가 월 8000대 이하로 떨어졌다.”

국내 판매부진에 더하여 미국 GM의 경영방침 변경에 따라 단순 하청생산공장으로서의 역할조차 중단될, 실로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여 있다. FTA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단순한 노림수라는 해석도 있으나 GM의 의도가 무엇이든 실제로 실행될 경우 제작사 및 하청 생산업체 근로자들 그리고 판매와 유지보수에 관련된 모든 집단들 약 80만 명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정저지와’식 행태에 즐거운 박차를 가하는 셈이며 장기적으로는 견제자, 경쟁자가 사라짐으로써 소비자 선택권은 크게 작아진다. 미국인들의 행보에 대한민국 경제와 국민 호주머니가 심각하게 부정적 영향을 받는 사례.

■ 2017년 10월, “미국 SHELL이 충전사업에 진출했다.”

석유를 소분해서 파는 회사가 유럽 최대 전기차 충전소업체 뉴모션(5만 개 이상 충전소 운영 중)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기차용 에너지 판매는 국내 유일 전력판매 기업인 한국전력의 중장기 비즈니스-모델이기도 하다. 6분 충전으로 321Km를 달릴 수 있다는 도시바 신형 배터리 개발 소식을 포함하여… 확실히 ‘전기’와 ‘자동차’ 조합 키워드가 이 시대를 이끌고 있다.

■ 2017년 10월, “이곳 저곳 어린이집들에서 할로윈-데이 파티를 했다.”

성인 대축일 전날이라는 10월 31일에 유령복장으로 축제를 벌이는 미국문화가 침투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문화적 이해의 배경이 없음에도 점차 ‘인구에 회자’되고 종종 아이들이 거리에서 목격되는 이유는? 상행위를 위한 매개체로 삼고 누군가가 오랜 시간 군불을 때듯 공을 들여온 탓이다. 사회 한 켠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쩌면 대한민국 빼빼로-데이의 확장판이나 다름없을 이 미국화 추세, 미국문화의 전파는 분명 미국 자동차를 바라보고 미국 자동차를 접하게 될 어린이들의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다. 어떤 나라의 문화를 바꾸면 나머지를 쉽게 통제할 수 있다. 갖가지 증거들이 있고 그 논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까지 미국인들이 큰 재미를 보고 있는 기본전략이기도 하다.

■ 2017년 11월, “2018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된다.”

DSR(Debt Service Ratio)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등 모든 금융권 대출정보를 가지고 산출되는 계수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할부로 자동차를 사는 것, 할부로 자동차관련 서비스를 받는 것이 어려워진다. 부동산 가격 급등을 잡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지만 소비심리를 축소시킬 수 밖에 없으므로 자동차 시장은 현재보다 많이 냉각될 수 있다는 의미.

■ 2017년 12월, “미래는 오리무중?”

분명 어떤 이벤트에 기초한 새로운 소식이 전해질 것인데… 예를 들어 산타클로스가 전기차를 타고 배달을 시작했더라는 소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그럴까?”, “무엇이 그 배경에?” 모든 이들이 단 1초만이라도 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면 사소한 이벤트들의 해석이 달라질 것이고 그러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꽤나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글쓴이 : 박태수(한국자동차기술신문,  www.atn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