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는 효과가 있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2025년까지 서울시의 모든 주유소에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유소 숫자는 모두 798곳. 2025년까지 800개 가까운 급속충전기를 보급하는 중장기 사업이다. 전기차 운행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된 건 아닌지 우려가 크다. 설치 장소의 문제 때문이다.

개별 기업의 영업장소인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강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전기차 충전소로 주유소 사업자가 이익을 얻기는 힘들다. ‘장사’를 하기 힘든 구조여서다. 전기차는 심야 전력을 이용해 충전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력요금이 쌀 뿐 아니라,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낮보다 밤에 충전한다.

대부분의 전기차 운전자들이 이 같은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전기차가 운행도중 충전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는 아주 가끔 생길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다. 만에 하나 그런 경우가 생긴다해도 전기차는 필요한 만큼만 충전하면 된다. 완충할 이유가 없다. 전기 요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집에서 충전하면 훨씬 저렴하다. 물론 비싸봐야 몇 백 원, 몇 천원 수준의 요금이어서 완충할 소비자들이 없지는 않을 테지만, 그들이 계속 주유소의 급속 충전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이윤을 추구하는 주유소 사업자 입장에선 비싼 땅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야할 이유가 없다.

자동차가 전기차로 대체되면 주유소는 충전소로 대체하면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이 같은 정책이 나온 건 아닌지 의심된다. 전기차의 충전 특성을 생각했다면 주유소에 충전기를 설치하겠다는 발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급속 충전기를 많이 설치하는 것은 맞는데 설치 장소를 잘못 잡은 셈이다.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굳이 일반 사업장에 그 시설을 들여놓으려면, 주유소보다는 주차장이 더 낫다. 주유소는 충전소를 대신할 수 없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