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 Benz 등 유럽산 자동차 메이커들이 벌인 배출가스조작 사기사건의 중심에는 이익중심, 돈벌이 마인드가 자리하고 있다. 높아진 규제기준을 준수하면서 그 동안 벌던 돈의 규모를 유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자동차 메이커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을 슬그머니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사례인 요소수 이용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도 등장하고…

기타 사례들이 보여주듯 이 즈음은 날로 강화되는 유럽의 친환경 규제정책과 돈벌이에 집착하는 메이커들 사이에서 치고 빠지는 싸움들이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2015년 10월 29일자 환경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자동차기술위원회가 ‘경유차 실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RDE-LDV, Real Driving Emission – Light Duty Vehicle)’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17년 9월, 그러니까 다음 달 부터 환경부의 ‘경유차 실도로 조건 배출허용기준 시행 및 인증 위반 제재 강화’ 고시에 의거 국내에서도 동등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참고로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9월부터 중·소형 경유차에 대하여 실내시험(차대검사)은 물론 ‘실도로 조건 배출허용기준’ 적용한다. 측정기준은 한시적으로 실내 인증기준의 2.1배 이하로 하고 2020년 1월부터는 1.5배 이하로 한다.
2) 제작차 배출가스 인증 위반 시 과징금 부과율을 현행 3%에서 5%로, 부과 상한액을 현행 1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상향조정한다.

 

“무엇을 믿으라는 말씀인지?”

NOx 저감을 위한 EU의 발제 그리고 그것을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정부정책 시행이라는 관점에서는 당연히 “참 잘 하시는 일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맞겠다. 다만, 다소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면들이 있다. 그 몇 가지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2009년 12월, 국립환경과학원/교통환경연구소가 발행한 공식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언급이 적혀 있다.

“연비효율이 높고 배기가스 개선과 관한한 다양한 기술 개발의 영향으로 가솔린자동차와 유사한 수준의 오염물질 배출로 클린디젤자동차가 현실적인 환경친화자동차로 평가받음에 따라 EU는 정책적으로 클린디젤자동차의 육성과 보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고 디젤자동차 운행을 제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던 미국이나 일본도 이제는 디젤자동차 육성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행정간행물 등록번호, 11-1480523-000505-01)

‘경유차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의 실행 주체는 예나 제나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인데 그들이 마치 EU를 주군 모시듯 졸졸 따라가며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말들을 하고 있음이다. 미국 상용차 시장에서 디젤엔진은 별 의미없으니 시장 주도권을 가진 EU의 입만 바라보고 있자는 판단일까?

한편, 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일반인이 LPG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제약을 일부 완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실효성이 있든 없든 이 방안 역시 갑자기 “경유차, 네가 오염의 주범이었어! 나쁜 놈!”을 외치고 있는 것과 같다. LPI 방식이 나오고 나서도 LPG가 특별히 경제적이라는 공감대는 없는 듯하고 또 지난 시절 경유차관련 정책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변석개’하는 사례들이 있어왔으니 그런 태도가 계속되면 괜히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보건데, 10여 년 전 정부의 공약은 유류대 비율을 휘발유 100에 대하여 디젤유 80, LPG 60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었고 그 이후 한 동안 경유차 구매독려가 이어졌다. 경유차 퇴출을 위함 또는 세수확보를 위함인지 모르겠으나 이제부터는 현재 약 200원 대인 가격차이를 점점 줄여나가겠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어쩌자는 것인지.

또다른 사례 하나 더. 광풍이 일었던 DPF 시장이 있었고 발 빠르게 뛰어든 몇 몇 업체들이 큰 돈을 벌었다. 시간이 흘러 고장에, 막혀버린 배기관로에… 그래서 임시탈착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대부분은 생계를 위해 트럭, 벤을 운행하는 사람들이다. 만일에 이런 우격다짐 논리로 이미 팔린 디젤자동차들을 천민취급하고 푸대접하는 일들이 벌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들, 겉으로는 멀쩡해보여도 속이 많이 곪아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전가된다.

“디젤은 트럭에나 쓰는 거야”라는 인식 그리고 너무 시끄럽다하여 천시되던 시절이 지나가고 Clean Diesel 로고가 자주 보이면서 판매가 독려되던 때가 있었는데 날 밝은 오늘은 갑자기! 완벽하게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시장에서 아예 나가버리라고 한다. 그리하면 지난 15년 동안 이런 정책, 저런 정책 그리고 장광설 홍보에 현혹되어 큰 돈 지불한 소비자, 국민들, 유관산업들은 한 순간에 바보가 되어버린다.

태도를 바꾼 EU는 그들 나름대로의 속사정과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반대편 나라, 트럼프 미국은 EU와는 정반대로, 자기들 마음 내키는데로 행보하고 있다. 그러니 따지자면 글로벌한 참조 기준은 없는 것이다. 이 조건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기준으로 디젤자동차에 대한 태도, 정책을 정한 것인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최소한 에너지 효율성 하나만으로도 디젤엔진이 가솔린엔진을 능가하는 장점이 있고 널리 보급되면 Mass Production의 긍정적 연쇄효과에 의해 기술적 난제들은 하나 하나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데… 제 아무리 ‘한국-EU FTA’ 때문이라고는 해도 EU에 의해 촉발된 변화가 거의 토씨 변화없이 그대로 국내정책을 변경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요지는… 이상의 정책 변화는 국내 상용차 디젤기술의 발전은 이쯤에서 ‘일단정지’하자는 말과 다름이 아니다. 높아진 비용을 넉넉한 마음으로 부담할 소비자는 없다. 소비자가 없으면 기술개발에 집중할 이유도 없다.

이러다가 혹여… 가까운 미래에 EU가 “다시 생각해봤더니 디젤이 좋다!”고 외치면 어찌할 것인지?

[ 참고문서 ]
○ ‘EU, 경유차 실도로조건 질소산화물 배출기준 확정’ 보도자료,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실, 2015.10.29
○ ‘클린 디젤자동차 현황과 전망’, 국립환경과학원/교통환경연구소, 2009.12
○ ‘현행 수송용에너지 가격체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04.05.27

 

글쓴이 : 박태수(한국자동차기술신문, www.atn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