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에서 폭주중 교통사고로 파손된 자동차. 사진제공=서울 서부경찰서

자유로에서 폭주중 교통사고로 파손된 자동차. 사진제공=서울 서부경찰서

폭주는 레이싱인가.

폭주와 레이싱을 구분 못하는 기사들이 차고 넘친다.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건 언론의 기본이다. 하지만 과속 교통사고를 레이싱으로 표현하는 기사들을 접하면, 이들이 정말 제대로 훈련받은 기자가 맞는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14일 많은 언론에 보도된 교통사고 소식을 보자.
“제한속도 두 배는 기본 대낮에 광란의 레이싱”
“대낮에 자유로를 시속 180km로…레이싱 벌인 30대 입건”
“자유로 ‘시속 180km’ 레이싱하다 트럭 ‘쾅’···일반 사고인 척”

자유로에서 벌어진 교통사고 소식을 전하는 기사다. 과속 질주, 폭주를 레이싱으로 표현하고 있다. 잘못된 말이다.

카레이스는 정해진 구간에서 까다로운 규칙에 따라 경기를 벌이는 모터스포츠다. 경기장, 자동차, 레이서, 심지어 관객들도 지켜야할 규정이 있는 게 레이스다. 일반도로 상에서 과속으로 달리는 것은 과속운전, 폭주, 난폭운전일 뿐이다. 결코 레이싱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에서는 과속 교통사고를 다룰 때 ‘레이싱’이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한다.

“레이싱은 빠르다. 빠른 건 폭주. 폭주는 레이싱”이라는 단순한 인식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는 잘못된 관행이다.

폭주를 ‘레이싱’으로 표현하는 언론사들 때문에 레이싱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생긴다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동감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그 반대일 수 있다. 폭주를 레이싱으로 표현하는 언론은 스스로 수준 미달임을 고백하는 셈이다.

이번 교통사고 기사도 찬찬히 살펴보면 레이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으로 구별해 볼 수 있다. 폭주와 레이스를 구분하는 언론사들도 있다는 말이다. 이참에 이를 구별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