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경유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경유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이고, 경유 가격을 올려 경유차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기승전 ‘돈’이라니, 관료들의 수준이 겨우 이 정도인가 놀랍다.

경유차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 이라고 단정하는데 동의하기 힘들다. 정부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 결과’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의 64.9%가 제조업 연소 공정이었다. 자동차가 포함된 도로이동오염원은 전체의 10.8%였다. 주범을 따진다면 경유차보다는 제조업체들이라고 봐야 한다.

심지어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가 디젤엔진의 먼지보다 더 많다. 수도권대기환경청의 2015년 발표를 보자. 경유차가 1㎞ 달릴 때 미세먼지 발생량은 5㎎인 반면 타이어 마모에 의한 비산 먼지는 100㎎이다. 디젤 엔진보다 20배나 더 많은 먼지가 타이어에서 발생한다.

굳이 주범을 따지자면 적어도 경유차는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제조업체들의 생산 공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도 디젤엔진의 특성상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이 많은 만큼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경유 가격 인상이 큰 효과를 내리라고 보지 않는다. 담뱃값을 올렸지만 담배 소비는 줄어들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따지고 보면 가솔린차도 문제가 크다. 가솔린차에서 나오는 배출가스 역시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와 탄화수소는 가솔린차에서 더 많이 배출된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돼 이미 오래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탄화수소 역시 대기를 오염시킨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도 큰 문제지만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지금 한국의 상황에선 친환경차로 불리는 전기차도 환경에 부담을 주기는 다르지 않다. 전기차에서 사라진 배기가스는 화력발전소 굴뚝으로 장소만 옮겨 여전히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이용하는 한 엄밀한 의미에서 전기차 역시 친환경차라고 단정하긴 힘들다.

결국 모든 자동차가 환경에 부담을 주는 셈이다. 디젤차만 문제가 아니다. 모두의 문제이니 대책이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좀 더, 아니 훨씬 더 큰 틀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강

대기질 개선, 환경보호를 원한다면 자동차의 운행을 억제하거나 차령이 오래된 차의 폐차를 유도하는 좀 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의 보완, 자동차 공유 제도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생각해볼 수 있는 정책 대안은 이밖에도 많다.

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자동차 이외 분야에 대한 대책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 타이어 분진, 화력발전소와 공장 굴뚝의 배출가스, 건설현장의 먼지발생 등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더 크게는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마련하는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처럼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는 그야말로 수준 이하다. 겨우 경유가격 인상을 대책이라며 얘기하고 있다. 이런 수준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1952년 12월 4일부터 일주일 동안 런던은 공장 굴뚝과 안개가 뒤섞인 스모그가 뒤덮었고, 이후 3주 동안 4,000명이 사망했다. 이후 만성 폐질환으로 8,000명이 더 목숨을 잃었다. ‘죽음의 런던 스모그’였다.

이 도시를 뒤덮은 뿌연 대기가 ‘죽음의 서울 미세먼지’는 아닐까. 그들은 정말 경유가격 인상으로 뿌연 하늘을 맑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오늘 서울은 5월 대기 상태로 역대 최악이었다는 뉴스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