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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국제전기차엑스포가 7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고 지난 24일 막을 내렸다. 18일부터 24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전기차의 중심’이었다. 전기자동차는 물론 전기자전거부터 전기버스까지, 전기차를 직접 만든 대학생부터 대기업 최고 경영진까지, 모두 제주로 몰려들었다. 한편에선 제주도 전기차 공모가 진행되고 전기차를 타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전기차의 도도한 물결을 보여주는 ‘전기차의 현장’이었다.

불과 3년 만에 국제전기차엑스포는 놀랄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국내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차가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엑스포 현장에서 처음 공개했고, 유럽의 전기차 산업 리더격인 르노차의 고위 관계자가 포뮬러 e 머신과 함께 제주를 찾았다. 르노는 3년째 이 행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친환경 도시를 자처하는 국내외 주요 도시의 시장과 대표들이 제주에 모여 ‘제주선언문’을 채택한 점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제주, 광주, 전남, 인천의 지자체 대표들을 비롯 스위스 체르마트 시장, 덴마크 본홀름 시장, 에콰도르 꾸엔까시 관계자 들이 모인 ‘EV 리더스 라운드 테이블’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친환경 도시를 만들기 위한 주요 정책 공유를 기대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앞으로의 행보에 더 큰 기대를 걸어볼만한 행사다.

EV 프리뷰와 EV PR쇼는 참신한 시도였다. 전시회 참가 업체들이 직접 대중 앞에 나서 관련 주제로 프리젠테이션을 펼쳐 전기차와 그 주변 산업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적지 않은 관람객들이 참석해 전기차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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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표준을 비롯한 전기차 사업의 다양한 주제별로 진행된 32개 컨퍼런스는 엑스포를 떠받치는 큰 기둥이다. 관련 주제의 종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토론을 펼친 컨퍼런스는 엑스포가 단순한 전시회에 머물지 않고 전기차 전후방 산업 전체를 아우르고 있음을 말해주는 행사였다.

양과 질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행사였다. 서울이 아닌 제주에서 이런 행사를 3년째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다는 건 믿기 힘든 사실이다.

행사기간 동안 이뤄진 다양한 업무 협약은 전기차엑스포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라대학교, 태국전기차협회, 에너지포럼, 한국도시설계학회, 광주 그린카진흥원, 한국과학기술원 등이 국제전기차엑스포와 MOU를 맺어 협력을 다짐했다. 엑스포의 발전 가능성과 더불어 든든한 후원자들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성과만큼 해결해야할 과제도 컸다. 한국을 넘어 전기차의 글로벌 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할 과제들이다.

이번에도 주최측이 공을 들였던 테슬라는 오지 않았다. 미국에서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이 참가했지만 그 존재감이 테슬라와 비교할 수는 없다. 지난해 참석해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중국의 전기차 업체 BYD는 올해엔 수입업체가 대신 참석했다. 그 규모도 크게 줄였다.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대표적인 전기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전기차엑스포가 가장 먼저 풀어야할 숙제다. 그게 꼭 테슬라일 필요는 없다. 벤츠나 폭스바겐 등 글로벌 메이저들을 끌어들이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필요하다면 제주도는 물론 중앙 정부의 지원을 요청해서라도 메이저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전기차의 글로벌 중심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

당초 세계 유수의 전기차 업체들의 CEO, CTO가 나서 프리젠테이션을 펼치며 ‘완성차 공청회’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EV 프리뷰 행사는 기대에 못 미쳤다. 현대기아차와 쉐보레는 외면했고 르노삼성차만 참여하는 수준에 그쳤다. 벤츠와 BMW의 참여도 예고됐지만 불발로 그쳤다. 주최측의 의욕은 넘쳤지만 참가 업체들의 열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참신한 시도였던 만큼 좀 더 높은 완성도를 보일 수 있도록 다듬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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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사전에 예고된 몇몇 행사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진행됐다. 백화점식 부대 행사는 일부를 과감히 정리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전시회 개막식과 컨퍼런스 개막식을 따로 분리해 진행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엑스포에 포럼이 포함되는 만큼 두 개의 개막식은 하나로 통합하는 게 자연스럽다. 엑스포를 후원하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고려해 두 개의 개막식을 여는 상황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운 건 사실이다.

많은 과제를 떠안고 폐막한 3회 국제전기차엑스포. 얼마만큼의 과제를 해결하고 내년 4회 대회를 개막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제4회 국제전기차 엑스포는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내년 3월 17일 개막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