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명작 만화영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입부에 정말로 좋아하는 모양새, ‘아우디스러운 아우디’가 한 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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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동네를 떠나 시골마을로 이사를 하게 된 치히로 가족. 이사가 못마땅한 치히로는 뒷좌석에 앉아 계속 칭얼거린다. 가족은 우연히 길을 잘못들어 산길을 달리다가 폐허가 된 어느 테마파크 입구에 도착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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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VHS 테이프 화면 캡처)

이 만화영화의 최초 공개년도는 2001년,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상영이 시작되었다. 치히로 가족의 자동차는 한 눈에 봐도 AUDI A4다. A4는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상당히 오랜기간 판매된 모델로서 분명하게 이 영화의 제작기간과 겹친다.

근검절약하는 일본인들의 습성, 입구부근 급제동 장면에서 잠깐 나오는 운전석 하단 패덜의 개수를 생각할 때 이 차는 아마도 기본형 모델었을 듯하다. 당시 선택 가능한 1.6, 1.8, 2.8리터 휘발유 엔진들 중 4기통 1.8리터(약 90마력) 엔진에 최소사양 5단 수동변속기가 적용된 ‘치히로 아빠의 아우디 A4 자동차’라…

그나저나 왜 하필 아우디였을까?

이 만화영화는 전후관계가 상당히 치밀하고 디테일이 충실하다. 목적지는 산꼭대기 정상에 있는 마을인데 우연히 가게 된 테마파크 입구도 유사한 높이의, 깊은 숲 속에 있다. 그러므로 시나리오 상 상당한 경사각도의 숲속 길, 험한 구간을 달리는 장면들이 나와야한다. 아무래도 가족을 안전하게 책임지고 힘차게 주행할 만한 세단형 자동차로는 일감 아우디가 적절했을 것이다. 즉, 모델 선정의 1차 키워드는 사륜. 실제로 치히로와 아빠는 이렇게 대화한다.

(치히로) “산길도 올라갈 수 있어?”
(아빠) “염려마라! 이래뵈도 사륜구동차니까…”

사륜이 키워드라면 같은 기간 내 스바루도 사륜구동모델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선택되지않은 이유는?

보통은 동생이나 형제가 있기 마련인데 치히로는 무남독녀이다. 돼지가 되기 직전, 말그대로 저돌적인 성격의 아버지는 저자거리 음식을 허겁지겁 집어먹으며 “아빠가 현금도 있고 신용카드도 있고…”라고 말한다. 아이 앞에서 하는 돈자랑이 좀 어색하다. 어두운 통로에서 조차 무서워 메달리는 치히로를 보듬어주지않는 아빠, 엄마의 냉정한 모습도 그려진다. 이런 것들을 고려할 때 차갑고 욕심많고, 전혀 일본인스럽지않음에 부합될 ‘졸부의 외제 자동차’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추정을 해보게 된다.

이게 맞다면 스바루 사륜은 치히로 부모의 행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엔 부족함이 있는 것이고 답이 아니라면 스바루가 인구에 회자되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당시 보통의 일본인들에게는 ‘사륜자동차 명가’라는 확실한 인식을 심어주지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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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 아빠 차에는 Quattro 마크가 없고 안개등 위치도 약간 다르다.
사진은 2.8 Quattro, 출처 : http://coolcarswallpaper.com/)

박태수motordicdase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