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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변조(Frequency Modulation, 예를 들어 음성의 높낮이에 따라 파형의 조밀도가 달라지는 방식)를 이용하는 FM방송은 ‘멀티미디어’를 키워드로 하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의 기본항목이다. 모노 라디오 수신기능만 있어도 감지덕지했던 때가 있었는데 스테레오가 당연했던 시절을 거치더니… 이제는 다기능 자동차오디오의, 어찌보면 하찮게 보이는 부속기능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나 늘 듣게 되는 FM방송. 몇 가지 기억해 둘 것들이 있다. 우선, FM 방송의 재생 대역폭은 규정상  30~15Khz이다. 사람이 20~20Khz를 듣는다고 하면 많이 부족하게 보인다. 그러나 30Hz는 가정용 고급 오디오시스템에서 조차 충실히 재생하기 어려운 음역대이고 15Khz 이상을 민감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므로 실용적으로는 충분하다. 사실, 제대로 된 안테나를 쓰고 작동상태가 건전하여 재생의 충실성만 확보된다면 보급형 튜너에서 조차 CD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하면 자동차의 FM 품질도 당연히 그 만큼일까?

음장감을 결정짓는 스테레오 좌/우 분리도는 가정용 보급형 튜너의 경우 60dB  이상의 수치를 보여주지만 통합형 디지털 IC를 쓴 자동차오디오의 경우 대략 40dB 이하이고 신호 대 잡음비율(S/N Ratio)은 하이앤드급 전문튜너 90dB에 비해 통상 50dB 이하 수준이다. 귀가 밝은 사람은 알아챌 수 있는 수준으로, 아무래도 수치화된 성능이 떨어지고 음의 품질도 다르다. 왜 그럴까? 자동차는 이동하는 물체이고 어떤 환경에 놓여있을 지 모른다. 때문에 음질보다는 수신우선으로 설계할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고정된 공간에 배치되는 튜너가 보여줄 수 있는 기능요소들(고성능 Front-End, 각종 필터, 내부 주파수 변환과 가공 등 알고리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중 일부는 희생된다. 여기에 가용체적의 제약과 생산단가라는 요소까지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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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형 튜너의 내부(Accuphase T-1000, 출처 : www.hifi-berlin.com)
▼ 일반 튜너를 대신하는 Silicon LAB의 통합형 IC 예. 약 2$ 가격에 실제 크기는 불과 3mm × 3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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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자동차, 고급 자동차오디오에 대한 장광설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FM에 대해서는 그 의도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자동차용 FM이 가정에서 쓰는 독립형 튜너의 성능과 음질을 따라올 수는 없다. 이미 ‘멀티미디어’가 전면에 나선 만큼 더 더욱, FM품질이 중점 강조될 수 없다는 한계도 한몫을 한다.

문득 자동차 안 FM 음악이 ‘천상의 소리’처럼 들렸다더라면 그것은 마침 좋아하고 익숙한 음악이 나온 경우(본능적인 감각보정)이거나 DSP 등 음을 조작하는 회로나 소프트웨어가 개입하여 청자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그리 낮지 않은 음역대의 저음과 고음을 고의적으로 살짝 강조하면 청자는 쉽사리 사운드가 풍성하다 느끼게 된다.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점에서는 일종의 마약과 같다.

개발자들은 좁고 제약이 많은 자동차 실내에서 가장 좋은 음, 정확하게는 풍성한 음을 들을 수 있도록 그리고 통합 IC가 재생한 FM음도 CD처럼 그럴 듯하게 들리도록 오디오의 기본값(Default)을 튜닝한다. 다만… 그런 것들이 Pure Sound의 추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박태수 mototrdicdase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