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탱 보다는 무스탕이 귀에 익다. 가죽점퍼 이름이 무스탕이었다. 또 있다. 전투기 무스탕도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자동차 무스탕이다. 경부고속도로 개통하던 날, 신성일이 몰고 달렸다는 그 무스탕, 머스탱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시승할 머스탱은 2011년에 맞춰 내놓은 새모델이다. 새 모델이긴 하지만 참신한 모습이기보다 여전히 클래식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새 차지만 오래된 차다. 64년 용띠, 기자와 동갑이다.

포드의 모델 중에 유일하게 포드 마크가 붙어있지 않은 모델이 바로 머스탱이다. 머스탱 자체가 포드에 맞먹는 브랜드인 셈이다. 포드 마크 대신 쭉 빠진 야생마가 차 곳곳에 새겨져 있다.

큼직한 스티어링휠은 2.8 회전 한다. 긴장감 있는 조향성능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계기판은 클래식하다. 60년대 세단의 맛을 물씬 내는 계기판이다. 시속 260km까지 표시된 게 그나마 현대적이다.

클래식 분위기 물씬한 인테리어에 센터페시아는 최첨단이다. 넓고 깨끗한 모니터가 한 눈에 들어온다.

모니터를 보던 기자는 놀랐다. 모니터 위 센터 페시아 가장 높은 곳에 보란 듯이 자리잡은 것은 시거 라이터다.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으로 치면 아날로그 시계를 배치해 차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비중있는 자리에 라이터를 올려 놓는 그 배짱이란. 금연 바람에 밀려 차에서 재떨이의 존재가 위태로운 요즘이다. 남성성이 위축되는 시대를 머스탱은 라이터 하나로 비웃고 있었다. 왜 사람들이 머스탱을 두고 ‘마초’ 라고 하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앞창은 넓은 편이 아니다. 시야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많이 기울고 면적이 넓지 않았다. 촬영을 위해 두 개의 작은 카메라를 배치하는데 다른 차들보다 여유가 없었다. 사이드 미러에는 사각 방지 기능이 있다. 와이드 렌즈를 추가해 사각지대를 보여준다. 룸미러를 통해 보는 후방시야는 나쁘지 않다. 뒷좌석 헤드레스트 두 개가 거울에 걸리지만 후방 시야를 가리지는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만들었다는 싱크기능은 40 기가 분량의 하드 디스트가 있어서 노래, 비디오 등을 저장해두고 즐길 수 있다. 노래로 치면 2400곡을 담아 놓을 수 있다.

포드측 설명으로는 2011년형으로 바뀌면서 엔진이 얌전해졌다고 했다. 기자의 귀에는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 여전히 힘 있고 박력이 넘쳤다. 도대체 이전엔 얼마나 요란했길래 이정도 소리를 두고 조용하다고 했을까.

머스탱은 시보레 콜벳과 더불어 미국 스포츠카의 대명사다. 힘이 부족해선 그런 자리에 오를 수 없다. 305마력으로 더욱 세진 힘은 빠르고 가볍게 시속 180km를 넘긴다. 속도는 그 이상 오르지 않는다. rpm 커팅으로 속도제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도까지 도달하는 가속감은 짜릿했다. 거침없는 질주는 아메리칸 스포츠카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줬다.

180km/h에서 엔진소리보다 바람소리가 더 컸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엔진 소리가 박력있게 올라갔다가 가속을 멈추면 바람 소리가 파고든다. 엔진소리는 귀에 착착 감긴다. 잘 조절된 소리다. 밟으면 밟는대로 톤을 높이는 소리가 마음에 든다. 스포츠카인만큼 정숙함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조용하기 보다 즐길 수 있는 소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겠다. 바람소리 엔진소리를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어야 이 차를 제대로 탈 수 있다.

계측기를 통해 측정한 이 차의 제로백 타임은 6.39초다. 시속 180km까지는 19.76초가 가장 빨랐다.

시속 100km에서 제동거리는 42.28m, 제동시간은 3.04초였다.

과거 미국차의 특징중 하나는 연비에 신경 안쓴다는 것이다. 힘이 필요하면 기통수와 배기량을 늘려 대응했다. 연비는 신경 안쓴다. 산유국이고 기름값 싼 데 굳이 터보니, DOHC니 하면서 복잡한 기술을 넣는 것보다 쉽고 간단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배기량을 늘리면 됐다.

어쩌면 그런 단순함이 미국차의 위기를 불러온 측면이 있다. 머스탱은 2011년형 모델에 비로소 DOHC 엔진을 얹었다. 90년대 유행하던 DOHC 엔진을 이제 도입한 셈이다. 그런 면에서 머스탱은 남들 뭐라하건 고집대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웠던 우리네 아버지 같은 차다. 달리 마초가 아니다.

차는 크다. 4.78m로 실내를 충분히 여유있게 만들 수 있는 크기다. 하지만 실내는 그리 여유 있지 않다. 뒷좌석은 보조 시트로 보는 게 나을 듯하다. 4인승이라고 하지만 2+2로 봐야 할 정도다. 긴 보닛이 실내 공간을 많이 앗아간 탓이다. 덕분에 실내 유효공간은 넓지 않다.

선루프는 시원하게 뚫렸다. 천정은 프레임만 남겨두고 유리로 구성했다. 창밖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오면 운전자도 동승자도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된다.

머스탱은 재미있다. 파워풀하다. 운전을 즐기게 된다. 게다가 경제적이다. 4200만원대 가격에 300마력을 넘는 힘을 누릴 수 있다. 가격대비 성능이 이만한 차를 만나기 힘들다. 수입차 중에서 이 가격에 300마력이 넘는 차는 없다. 국산차 중에서 제네시스 쿠페 380 정도가 있을 뿐이다.

재미있는 건 방향지시등의 램프 깜빡이는 소리다. 깜빡 깜빡 규칙적으로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깜~빡, 깜~빡 하고 리드미컬하게 셔플 박자로 내는 소리가 특이하다. 차가 흔들리면 우선적으로 시트를 조여 탑승객의 몸을 잡아둔다. 믿음직스럽다. 제대로 승객을 보호한다는 신뢰감을 준다.

머스탱은 남성적이다. 넘치는 힘, 과장된 몸,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차다. 남성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마초적인 차라는 평가는 비난이 아니라 칭찬이다. 생계유지와 가족 부양에 찌들어 시간이 갈수록 왜소해지는 남자들이 많아지는 시대에, 담배 꼬나물고, 근육질 몸매를 뽐내며, 와글거리는 엔진 소리를 휘날리며, 남들 뭐하라건 내 마음대로 내달리는 머스탱은 대리만족을 하기에 딱이다. 마초를 꿈꾸는 왜소한 남자들이 한 번쯤 욕심내볼만한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시속 180km에서 속도를 제한하는 건 머스탱 답지 않다. 달리고 싶은데로 놔둬야 그게 머스탱인데 아쉽다.가속페달을 제대로 밟지도 못했는데 제한 속도에 걸리는 게 영 입맛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