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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컴팩트 SUV의 시대다.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많은 브랜드들이 앞 다퉈 컴팩트 SUV를 투입하고 있다. 무난하지만, 그래서 지루한 세단을 버리고 SUV로 갈아타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그 시장에 링컨 MKC가 가세했다. 링컨 라인업에서 컴팩트 SUV에 포지셔닝하는 모델이다.

날개짓 하는 형상의 그릴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헤드램프는 링컨의 특징. 보닛에 살짝 드러나는 라인은 과하지 않은 긴장감을 부른다. 뒷모습은 중앙을 가로지르는 일자형 LED 테일램프와 범퍼 아래 트윈머플러 주변이 포인트다.

길이 4,550mm에 공차중량 1,865kg인 이 차를 컴팩트SUV로 봐야할지는 의문이다. 그만큼 크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뒷좌석도 여유롭다. 바닥에 솟아오른 센터터널도 높지 않아 2열 가운데 좌석에도 편하게 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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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할 때 잠깐 당황했다. 변속레버를 찾아 자연스럽게 뻗은 오른손이 아무 것도 찾지 못하고 빈 허공을 휘저어서다. 변속레버가 없다. 대신 센터페시아 좌측으로 변속 버튼이 세로로 배열됐다. 링컨이 자랑하는 푸시 버튼 변속시스템이다. 덕분에 변속레버가 사라진 자리를 더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MKZ에서 시도했던 마이링컨 터치 시스템은 MKC에서 사라졌다. 손끝의 터치와 쓸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마이링컨 터치시스템 대신 손으로 눌러 작동하는 일반적인 버튼들을 배치했다. 원가 때문인지, 혹은 터치 시스템의 어색함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몸에 익은 익숙한 방식이어서 자연스럽게 조작할 수 있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는 우드 트림을 넣어 고급스럽게 꾸몄다. 전체적으로 짙은 톤의 실내에 갈색 우드트림이 포인트를 이루면서 지루함을 덜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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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앉으면 차 안에 파묻히는 느낌이 든다. 시트가 깊고 차창의 숄더라인이 높게 올라와서다. 차에 안기는 포근함은 차와 하나가 되는 착각을 부르는 묘한 매력이 있다. 시트에 사용된 가죽은 인체에 해로운 크롬성분이 없고 부조, 세공 절차를 거치지 않은 최고급 가죽이라고 포드는 강조한다.

가죽으로 마감된 핸들은 적당히 굵어 손에 자연스럽게 잡힌다. 끝에서 끝까지 완전히 돌리면 2.7 회전을 한다. SUV치고는 타이트하다. 오프로드 주행보다 도심 온로드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비게이션을 제외한 계기판의 주요 정보 표기와 음성안내는 영어가 기본이다. 불편했다. 현지화하기에는 아직 판매 물량이 많지 않은 탓이라고 이해해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로 정보표기를 해준다면 소비자들의 감동은 더 클 것이다. 물론 링컨을 포함한 포드코리아의 판매 볼륨도 나날이 늘고 있어 더 늦기 전에 그런 감동을 맛보기를 기대해 본다.

어김없이 2.0 에코부스트 엔진이 올라가 있다. 직렬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최고출력 243마력, 최대토크 37.3kgm로 2.0 가솔린 엔진 수준으로는 강한 토크에 눈길이 간다. 이 힘을 조율하는 것은 버튼 혹은 핸들에 달린 패들시프트로 조작하는 6단 자동변속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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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C는 컴팩트SUV 라기 보다 컴포트 SUV다. 편안했다. 가속할 때도 페달을 거칠게 밟지만 않는다면 요란스럽지 않았고, 연속댐핑제어 시스템이 노면에서 계속 전해지는 쇼크를 잘 걸러줬다. 직진상태에서는 흔들림이 거의 없다. 차체가 높아 탁 트인 시야 덕분에 편안함은 더했다.
코너에서는 편안함이 흔들린다. 핸들을 돌리면 차가 흔들거린다. 키 큰 아이가 꺼떡대는 것처럼, 세단에 비해 무게중심이 높아 그럴 수밖에 없는 체형 탓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코너를 만나 핸들을 돌리기 전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게 좋다. 조금 더 밟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도 공격적인 코너링은 안하는 게 낫겠다.

가속페달은 깊게 밟지 않아도 된다. 살짝 누르는 정도로도 필요한 속도를 커버한다. 시속 100km에서 2,000rpm으로 고른 숨을 쉰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차 안에서 탑승객은 여유롭다. 가속페달을 조금 더 밟아 가속을 시도하면 엔진 소리가 살아난다. 속도를 좀 더 높이면 차 엔진 소리와 바람소리가 적당히 뒤섞이며 속도감을 높인다. 가속페달은 완전히 바닥까지 밟아도 중간에 걸리지 않는다. 밋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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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들시프트는 운전하는 재미를 더한다. 핸들을 쥔 채로 변속할 수 있다. 때로는 일없이 무심코 패들시프트를 조작하게 된다. 장거리 운전할 땐 재미있는 장난감이 된다.
하나 더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다. 정해진 속도 안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며 달리는 기능은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신기함 그 차체다. 가속페달 대신 버튼으로 속도를 올리고 줄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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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는 미쉐린 레티튜드로 앞 뒤 모두 245 45R19 사이즈다. 조용하면서도 노면과의 밀착감이 큰 타이어다. 최첨단 엔진과 변속기, 파워트레인을 통해 만들어진 힘은 최종적으로 타이어에서 구현된다. 제대로 만든 좋은 타이어가 중요한 이유다.

가솔린 엔진이라 연비는 리터당 9.0km를 달리는 수준이다. 디젤엔진의 두 자리 수 연비에 익숙한 요즘 소비자들이 9.0km/L라는 수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선이 굵은 디젤차의 특성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좀 더 섬세하고 조용한, 그래서 편안한 가솔린차로 눈을 돌려도 좋겠다. 요즘엔 디젤차가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MKC가 있어서 선택의 폭이 조금 더 늘어난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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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어시스트는 주차에 두려움을 갖는 초보 운전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차가 시키는 대로 변속기 조작만하면 알아서 정확하게 주차한다. 차선이탈방지장치도 있다. 차선을 읽고, 빈 공간을 찾아내고,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며 정해진 속도 이내로 달리는 게 가능하다. 자동차는 날이 갈수록 똑똑하고 있다.

MKC는 미국산 프리미엄 가솔린 SUV로 유럽산 디젤차들이 장악한 수입차 시장에서 분명한 차이와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차종이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승차감과 여유 있는 공간을 갖췄고 프리미엄 차급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판매가격은 4,960만원.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차종들이 포진하고 있는 가격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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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엔진룸 지지하는 힌치는 불안하다. 보닛을 열면 이를 지지하는 힌지가 흔들린다. 힌지를 지지하는 부분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한다.
실내 지붕 마무리는 여전히 허술하다. 지붕과 앞유리창이 만나는 지점은 공간이 떠 있어 그 틈새로 손가락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다. 프리미엄급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